[위원석의 삼위일체]근대5종① 근대5종 이것이 궁금하다(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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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 근대5종의 캐릭터인 펜타우루스. 근대5종에 나오는 5개 종목을 형성화했다. 사진=닛신 홈페이지>
지난 2018년 3월에 2020 도쿄 올림픽 공식 파트너사인 일본의 식품기업 '닛신'이 근대5종을 응원하는 캐릭터를 발표했다가 큰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너무 흉측하다는 여론이 많았다. '펜타우루스'라는 이름의 이 캐릭터는 근대5종을 구성하는 5가지 세부 종목을 형성화했다. 전통적인 근대5종은 펜싱 수영 승마 사격 육상 등 5가지 종목으로 구성된다. 2010 런던 올림픽부터는 사격과 육상 달리기가 '레이저 런'이라는 이름의 복합경기로 열리게 되면서 요즘은 실제로 4개 종목이 진행된다. 아무튼 사격과 달리기를 포함해 5개 세부 종목을 한 사람이 모두 소화해야 하는 종목의 특성을 표현하다보니 펜타우루스라는 이름의 '괴물(?)'이 탄생하게 된 셈이다. 펜타우루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半人半馬)의 신 '켄타우로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펜타우루스는 얼굴에 펜싱 마스크를 쓴채 오른 손에는 펜싱용 칼을, 왼 손에는 사격용 총을 각각 들고 있다. 상체는 수영선수답게 아무 것도 입지 않은채 하의는 수영복을 입었고, 신발은 달리기 위한 러닝화를 신었다. 몸통의 뒤는 말의 하반신으로 연결돼 있다. 근대5종에 등장하는 5가지 종목의 특성을 한 사람에게 모두 입히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괴물의 모습이 된 것이다. 그만큼 근대5종이 한 사람이 소화하기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종목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쟁에서 파생된 스포츠, 고대5종과 근대5종은 어떻게 다른가?
5종경기를 뜻하는 영어는 '펜타슬론(Pentathlon)'이다. 숫자 5를 뜻하는 '펜타(penta)'와 경기를 의미하는 '애슬런(athlon)'이 합쳐진 말이다. 미국 국방성 건물의 애칭은 '펜타곤'이다. 건물을 조감도처럼 위에서 바라다보면 오각형으로 생겨서 이런 별칭이 붙었다. 마찬가지로 육상에서는 10개 종목을 함께하는 10종경기(Decathlon)란 종목이 따로 있는데, '데카(deca)'는 10을 의미하는 접두어다. 여자 육상선수들은 10종경기 대신 7종경기(Heptathlon)를 하는데, '헵타(hepta)'는 7을 뜻한다.
'근대(modern) 5종'이란 말이 생겨난 것은, 근대 이전에도 다른 형식의 5종경기가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고대 그리스에서 열렸던 올림픽에서 바로 5종경기가 있었다. 이 경기를 지금의 근대5종과 구분하기 위해서 고대5종 경기라고 부른다. 고대5종과 근대5종은 모두 전투 상황에서 기원했고, 한 사람이 5개 종목을 모두 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부 내용상으로는 전혀 다른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 5종경기는 기원전 708년 제18회 올림픽 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올림픽에서 달리기에 이어 가장 오래된 정식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는 단거리달리기(Stadion), 멀리뛰기(Halma), 원반던지기(Diskos), 창던지기(Akon),레슬링(Pale) 순으로 진행됐다. 이 다섯 종목의 전투성을 잘 살펴보면, 고대 전장에서 전사들에게 긴요했던 종목들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고대 5종경기는 지중해 일대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그리스 동맹의 단결을 도모하려는 올림픽의 취지와 가장 부합하는 핵심 종목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종목을 통해 전사를 양성하고 훈련시키고 평시에 올림픽에서 승부를 겨뤄봄으로써 전시 준비 태세를 점검했던 것이다.' (윤동일 저, '모든 스포츠는 전쟁에서 나왔다', p.77~78)
반면 근대5종 경기는 유럽을 휩쓸었던 '나폴레옹 전쟁(1797~1815년)' 때 중요성이 특히 높아졌던 '전령(傳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프랑스의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전장에서 나타나는 전령의 다양한 활약상을 스포츠로 연결시켰다는 것이 정설이다.
'근대 5종경기는 1912년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고대의 경기와 마찬가지로 근대5종 경기도 철저하게 전장 상황을 상정한 종목이었다. 프랑스 장교로 보불전쟁에 참전했던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이 전령에게 요구되는 핵심 전투기술을 연마할 다섯 종목을 고안한게 그 시초다. 무전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전장의 주요 통신수단으로 운용됐던 전령은 깃발이나 수신호 등의 신호체계와 함께 부대간 중요한 명령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명령을 맡았다. 전령은 다음의 다섯가지 전투능력이 필요했다. 우선 무엇보다 발이 빨라야 했는데, 특히 요철이 심한 야지를 횡단하는 능력이 우수해야 했다. 고대 전사들은 트랙에서 ?은 거리(약 200m)를 달렸지만 전령에게는 3㎞의 크로스컨트리가 필요했던 이유다. 다음으로 전령의 임무 수행을 위해 보급된 말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했으며, 야지에서의 승마기술이 긴요했다. 전령에겐 마장마술보다 빨리 장애물을 극복하는 경기가 더 적합했다. 이동중 강을 만나면 지체없이 건널 수 있는 능력도 필요했는데, 이를 위해서 수영(자유형 200m)이 추가됐다. 임무 수행중 적을 만나면 상황과 여건에 따라 권총으로 적을 사살하거나 칼을 꺼내 스스로를 지켜야 했다. 10m 공기권총(이 책이 쓰여진 시점은 아직 '레이저 런'이 등장하기 이전이다)과 펜싱 에페가 5종경기에 포함된 이유다. 펜싱은 에페, 플뢰레, 사브르의 세 종목이 있는데 에페는 별도의 공격권없이 전신을 공격해 득점만 하면 되는 전형적인 결투종목이다.'(윤동일 앞의 책, p.79~80)
<근대5종을 만든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 사진=연합뉴스>
5개 종목을 한 경기인이 수준급으로 체현하지 못한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근대5종 선수들의 자부심은 여기서 비롯된다. 그래서 근대5종을 만들어낸 쿠베르탱이 남긴 명언은 지금도 이 종목을 상징하는 말로 남아있다. "근대5종 경기를 하는 사람은 경기에서 승리를 하든 못하든 우수한 만능 스포츠맨이다(A person who is able finish such a competition[Modern Pentathlon] is a excellent all-out sportman regardless if he wins or not)". 일찍이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고대5종 경기에 대해서 "가장 완벽한 스포츠인은 5종경기를 하는 사람이다. 체력과 스피드가 경기인의 신체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경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쿠베르텡은 고대 올림픽의 5종경기에서 깊은 자극을 받아서 근대5종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또 쿠베르탱은 1918년 간행된 그의 저서에서 "근대 5종 선수만이 올림픽 대회의 진정한 선수로 불릴 수 있다"는 말도 남겼다. 대한근대5종연맹은 홈페이지에서 근대5종의 경기 이념에 대해서 '한 선수가 체력, 체능, 체격조건과 기술요건이 서로 다른 5가지 경기종목을 섭렵한다는 것은 가장 뛰어난 신체 능력과 정신력을 발휘함으로서 가능하며, 그러한 선수만이 올림픽 선수의 칭호를 받을만 하다는 쿠베르탱의 말은 바로 완전한 인간을 추구하는 올림픽의 진정한 이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른 종목에서 느낄 수 없는 자존심이 철철 넘쳐흐른다.
현대 스포츠에서는 근대5종외에도 몇가지 복합 종목들이 존재한다. 일반 팬들이 간혹 혼돈하거나 착각하는 경우가 있어서 간단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우선 동계 종목중에는 바이애슬론(biathlon)이 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종목으로 1960년 스쿼밸리 동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사실 근대5종과 바이애슬론은 상당히 친화성이 있는 스포츠다. 국제근대5종경기연맹(UIPM, Union Internationale de Pentathlon Moderne)은 1968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멕시코시티 총회때 바이애슬론 종목을 통합해 한동안 UIPMB(UIPM에 Biathlon을 뒤에 붙힌 약칭)로 확대 운영됐다. 그러다가 바이애슬론은 1998년부터 IOC로부터 독자적인 동계 종목단체로 인정받아 분리해 나갔다. 지금 현재 근대5종에서 사격과 크로스컨트리를 통합해 세부 복합종목인 '레이저 런'을 운영하는 것도 바이애슬론에서 착안했다고 볼 수 있다. '레이저 런'은 말하자면 '하계판 바이애슬론'인 셈이다.
트라이애슬론(triathlon)도 있다. 수영 사이클 달리기를 연이어 하는 종목이다. 2000 시드니 올림픽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는데 올림픽에서는 수영 1.5㎞~사이클 40㎞~마라톤 10㎞로 진행된다. 올림픽에서 실시하는 거리를 '표준거리'라고도 한다. 우리가 흔히 철인3종경기라고 부르는 경기는 트라이애슬론에서 가장 긴 풀코스로 진행된다. '아이언맨' 경기에는 바다 수영(3.9㎞)~사이클(180㎞)~마라톤(42.195㎞)이 쉬지 않고 이어진다. 정동국 대한근대5종연맹 사무국장은 '삼위일체'와 인터뷰에서 "(국내에서도)처음에는 근대5종, 바이애슬론, 트라이애슬론이 한 식구(단체)로 함께 있었다. 그러다가 차츰 분리해 나갔다. 지금 근대5종에서는 사격과 크로스컨트리를 함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이 개혁안은 우리나라가 바이애슬론에서 착안해서 처음 (국제적으로)도입을 주장해서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근대5종 단체가 처음 설치된 것은 1988 서울올림픽 유치를 위해서 1979년 대한체육회내에 대한근대5종경기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이었으며 이후 1982년 대한근대5종바이애슬론경기연맹이 창립됐다.
육상에서는 10종경기가 있다. 트랙 종목에서 4개(100m, 400m, 110m 허들, 1500m), 필드 종목에서 6개(멀리뛰기, 포환던지기, 높이뛰기, 원반던지기, 장대높이뛰기, 창던지기)를 이틀에 걸쳐서 진행한다. 말그대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여자 육상선수는 10종 대신 7종경기를 한다. 트랙에서 3개(100m 허들, 200m, 800m)와 필드에서 4개(높이뛰기, 포환던지기, 멀리뛰기, 창던지기)를 함께한다.
다양한 복합종목을 숫자로 정리해 보다면, 2개(바이애슬론)~3개(트라이애슬론)~5개(근대5종)~7개(7종경기)~10개(10종경기) 순으로 존재하는 셈이다.
<동계종목인 바이애슬론은 근대5종과 상당히 친화성이 있는 스포츠다. 바이애슬론에서 사격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근대5종은 올림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변해왔는가?
근대5종이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912년 스톡홀름 대회부터였다. 여자는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정식 종목에 합류했다. 근대5종의 경기 방식은 4년마다 열리는 메이저 대회인 올림픽을 기준으로 조금씩 변화를 거듭해 왔다. 우선 현재 기준으로 근대5종이 벌어지는 방식을 한번 살펴보자.
근대5종은 펜싱 수영 승마 사격 육상 등 5개 종목을 하루에 실시한다. 단 사격과 육상이 바이애슬론처럼 복합종목으로 재조정되면서 실제로 진행하는 세부 종목은 4개가 된다. 각 종목별 경기 기록을 근대5종 점수로 환산해 총득점이 가장 높은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다. 경기는 펜싱~수영~승마~복합경기(일명 '레이저 런', 사격+육상의 형태)로 진행된다. 앞서 벌어지는 3개 종목에서 얻은 점수를 더해 종합성적이 높은 순으로 마지막 복합경기를 출발한다. 따라서 복합경기에서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선수가 우승자가 된다.
가장 먼저 열리는 펜싱은 참가 선수 전원(올림픽의 경우 36명)이 풀리그로 대전한다. 경기 기간은 1분이며 이 시간내에 승패가 결정되지 않으면 두 선수 모두 패한 것으로 처리한다. 펜싱의 세부 종목은 팔과 머리, 다리를 제외한 상체를 찌르는 플뢰레, 팔과 머리를 포함한 상체를 찌르거나 베는 사브르, 전신을 찌르는 에페 등 3개로 나뉘는데 근대5종에서는 가장 공격적인 에페를 한다. 펜싱에서는 기본 점수가 250점(25승 기준)이 주어지며 여기에서 1승을 더하면 6점이 보태지고, 1패를 더 당하면 반대로 6점이 깎인다. 즉 26승을 거두면 256점이 되고, 24승이면 244점이 된다.
수영은 200m를 누가 빨리 헤엄치느냐로 자웅을 가린다. 영법은 제한이 없는데, 자유형이 가장 빠른 영법이니 모든 선수들이 자유형을 선택하는게 당연하다. 그래서 근대5종의 수영 경기는 200m 자유형으로 통한다. 200m의 기준 기록은 2분30초에 250점이 주어진다. 여기서 0.5초씩 빨라지면 1점씩 더해지고, 반대로 0.5초씩 늦어지면 1점씩 삭감된다. 2분29초에 들어오면 252점이 되는 식이다.
승마는 장애물 비월경기로 열린다. 주행 경로에 비월 장애물 12개(싱글 10개, 더블 1개, 트리플 1개 등 총 15개)를 설치해 350m의 코스를 완주해야 한다. 통상 야외마장에서 열릴 경우 350m의 허용시간은 60초이다. 제한시간은 소정시간의 2배다. 소정시간내에 장애물을 무감점으로 통과한 선수에게는 300점이 주어진다. 감점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해당되는 점수를 깎는다. 시간초과(1점), 장애물 낙하(7점), 낙마(10점), 불복종(10점) 등이다. 경기 도중 두번 낙마하거나, 경기가 끝나기 전에 말이나 선수가 경기장을 이탈하거나, 또는 말이나 선수가 경기를 계속할 수 없을 경우에는 승마 점수가 0점으로 처리된다. 실제로 국내 근대5종의 레전드로 꼽히는 이춘헌은 메달 획득을 기대했던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승마에서 0점을 받으면서 하위권으로 추락했다.(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근대5종 2편 이춘헌 인터뷰에서 소개된다.)
<근대5종은 전통적으로 유럽이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당시의 근대5종 경기 장면. 사진=연합뉴스>
마지막 '레이저 런'은 육상과 사격을 합친 복합경기다. 이전 세 종목(펜싱 수영 승마)의 종합 점수에 따라 출발 시간에 차이를 두는 '핸디캡 스타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총 3200m를 뛰면서 중간 중간에 표적 5개를 50초 제한의 무제한 레이저건 사격으로 명중시키는 행위를 4회 반복한다. 즉 총 사격표적은 20개가 된다. 핸디캡 스타트 방식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골인하는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채점 방식은 출발부터 피니시 라인까지 13분20초를 기준으로 500점이 주어진다. 여기에 1초씩 빨라지면 1점이 더해지고, 느려지면 1점이 빠진다. 사격의 경우 한 사격 장소에서 50초 제한으로 표적 5개를 모두 맞혀야 한다. 표적이 남아있을 경우 50초가 지나야 다시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표적을 모두 맞추면 그 즉시 출발이 가능하다.
근대5종이 처음부터 이렇게 진행됐던 것은 물론 아니다. 하루에 거의 한종목씩, 4~5일에 걸쳐서 열렸다. 올림픽만을 기준으로 두고 보면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1912년 스톡홀름 대회부터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까지는 4일 동안 경기가 펼쳐졌다. 개인전과 단체전(경우에 따라서)에 백여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수영은 수영장에서, 펜싱은 펜싱장에서, 사격은 사격장에서. 이런 식으로 매일 경기장을 옮겨가면서 진행을 하다보니 관중들도 상황을 알기 힘들었고,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효율적인 TV 중계가 힘들었다. 근대5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큰 변화를 준 것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이었다. 일단 출전 선수를 32명으로 대폭 줄이고 개인전 경기만 단 하루에 축소해 열기로 했다. 경기장을 옮겨다니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승마장 옆에 간이수영장과 크로스 컨트리 코스를 조성했다. 당시 애틀랜타 현지를 취재한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 근대5종의 고민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최고의 스포츠맨을 가리는 근대5종이 짧은 시간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모으려는 TV와 상업주의 협공에 밀려 사라질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비치발리볼, 여자축구, 산악자전거가 새 정식 종목이 된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근대5종은 살아남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전혀 새로운 방식을 채택했지만 결과는 미지수.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조지 패튼 장군이 올림픽에서 5위에 올랐던 종목이 근대5종"이라고 자랑을 늘어놔도 신세대에 통할 리 없었다. 마침내 30일 개막한 근대5종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 종소리를 울려 잠시도 쉴틈없이 마라톤 진행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대5종은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이 더 소요돼 13시간만에 끝났다. 그러나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고 그동안 대회를 준비해온 임원, 원로 등 관계자들의 얼굴에서도 그늘이 지워지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이만하면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르지 않았느냐"고 자찬했지만 텅텅 비다시피한 관중석은 이들에게 불안감을 던지기에 충분했다."(연합뉴스 1996년 7월 31일자)
급기야 근대5종은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퇴출되는 후보에 오르는 수모를 당했다. 2002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퇴출 관련 투표가 진행됐다. 당시 언론들은 퇴출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식 종목에 간신히 살아남았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이 만들었으며 그가 "가장 올림픽 정신에 충실한 종목"이라고 격찬했던 스포츠를 퇴출하는데 따른 부담감, 그리고 근대5종의 본류이자 강호들인 유럽세들이 지지를 거두지 않은 덕분으로 분석됐다. 퇴출 후보로까지 몰린 것은 역시 대중화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었다. 한 근대5종 관계자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승마가 포함돼 있어 일반인이 즐기기 쉽지 않다. 승마 대신 사이틀을 넣는 방안도 고민중"이라고 토로했을 정도였다. 물론 이후 이 정도로 변화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2012 런던올림픽 근대5종의 펜싱 경기 장면. 사진=연합뉴스>
이후 2008년 베이징 올림픽때까지도 본질적으로 큰 변화는 없었다. 당시까지도 지금과는 달리 사격~펜싱~수영~승마~육상 3000m 레이스 등 별도의 5개 종목이 순서대로 열렸다. 하지만 4년뒤인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또 한번의 큰 개혁이 이뤄졌다. 사격과 육상을 통합해 바이애슬론같은 복합경기를 새로 도입한 것이다. 이에따라 실제로 벌어지는 경기는 5개에서 4개로 축소됐다. 사격은 이미 실탄을 사용하지 않고 레이저를 쏴서 표적을 맞히는 방식으로 먼저 바뀐데 이어서 런던 올림픽부터는 사격과 육상이 결합된 복합경기가 실시됐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는 펜싱을 전날 예선 라운드 방식으로 먼저 치렀다. 경기 당일에는 수영부터 시작해 펜싱을 녹아웃방식으로 진행하고 승마와 복합 종목으로 이어졌다. 이 모두가 경기 당일 총 경기시간을 가능하면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또 리우 대회에서는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한 경기장(데오도르 근대5종파크)에서 모든 경기가 열렸다. 이런 과정은 모두 근대5종이 올림픽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고민의 산물이었다.
정동국 연맹 사무국장은 "근대5종은 그동안 올림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이전의 근대5종은 (관중 입장에서는)지루하고, 뭐가 뭔지 모르겠고, 재미도 없었던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지금도 (근대5종 경기를 모두 마무리하려면)4~5시간 정도 걸린다. 이것을 2시간 내외로 줄이는 것이 국제연맹의 최종적인 목표다. 펜싱을 전날 예선으로 치르면 경기 당일에 필요한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사격도 이전에 실탄 사격을 했지만 총기 관리나 운반,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레이저로 바꿨다. 이런 류의 변화가 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또 "앞으로 올림픽에서 또다시 (근대5종의)퇴출 논란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런 노력에 힘입어 이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게 사실이다. 유럽에서 워낙 근대5종을 선호하고 있어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휠씬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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