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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2020. 2. 27, 위원석 칼럼)
2020 도쿄 올림픽에 나서는 한국 근대5종은 그 어느 때보다 메달 획득에 대한 자신감에 넘쳐 있다. 그 중심에 바로 전웅태(25.광주광역시청)가 당당히 서있다. 최은종 근대5종 국가대표팀 감독은 "전웅태는 확실한 메달 후보라고 할 수 있다. 변수가 많은 근대5종의 특성상 경기 당일 컨디션과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메달 색깔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상의 결과는 물론 금메달"이라고 전망했다.
전웅태에게 도쿄는 두번째 올림픽이다. 한체대 2학년이었던 21살의 나이로 2016 리우 올림픽에 첫 출전했다. 이때도 전웅태는 유력한 메달 후보로 손꼽혔다. 그해 상반기 리우에서 프레올림픽 형식으로 열렸던 국제근대5종연맹(UIPM) 월드컵 2차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전웅태는 '삼위일체'와 인터뷰에서 "성인 국가대표에 선발된 후 시니어대회에서 내가 따낸 첫 금메달이었다. 그냥 얼떨떨했다. 더구나 그 대회는 리우 올림픽과 똑같은 장소와 코스에서 열렸다. 주변에서 나에게 올림픽 메달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본무대인 리우 올림픽에서는 19위에 그치고 말았다. 가장 자신있는 복합경기 '레이저 런(사격+육상)'에서는 올림픽 기록을 세울 정도로 선전했지만, 근대5종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되는 펜싱에서 30위권으로 처졌던 부진을 끝내 만회하지 못한 탓이 컸다. 그는 "막상 올림픽이 끝나고 나니 무언가 벅차 오르는 감정이 있었다. 힘들게 준비를 했는데 메달을 따지 못했을 때의 허무함이라고 할까? 함께 고생했던 선생님들도 많이 생각나고 그랬다. 묘한 기분을 느꼈던 것같다"고 털어놨다.
그로부터 4년뒤, 이제 도쿄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4년간은 과연 어땠을까. "리우 때에도 체력 종목(육상 수영)은 비교적 좋았는데 기술 종목(펜싱 승마)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승마는 경기 당일에 탈 말을 추첨하는 특성상 운도 필요하지만 , 어떤 말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놓는 것이 중요하다. 펜싱은 가장 변수가 되는 종목인데, (본선 출전 선수들과 1대1로)35라운드를 하면서 전체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높여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약점으로 지적되는 펜싱을 보강하기 위해서 특훈을 진행하고 있다."
전웅태는 강신초등학교 3학년때 수영을 하면서 운동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공부하는 것보다는 뛰어노는 것을 좋아했기에 자연스럽게 운동부에 들어갔다. 한때는 또래에 비해서 "특출난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막상 서울체중에 진학해 보니 "내가 그리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곧바로 알게 됐다. 중학교 1학년때 수영 선수로 소년체전 출전이 불발되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은 지금도 꽤나 아프게 남아있다. '내가 과연 수영에 재질이 있는 것일까'라고 고민을 하던 차에 코치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육상을 포함해 근대2종(근대5종은 중학교 단계에서는 수영과 육상 등 두개 기초 종목만 하는 근대2종을 한다. 이후 상급 학교에 진학할수록 종목이 추가된다)으로 주종목을 바꾸게 됐다. 그는 "선수들이 종목을 바꿀 때 보통 고민을 많이 하는데, 나는 비교적 편하게 결정을 내렸다. 지금 돌이켜보면 근대5종과의 운명적 만남이었던 것같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면서 시련도 있었다. 서울체고 3학년이 되는 겨울 훈련때 승마를 하다가 그만 낙마 사고가 났다. 보통 승마는 대학에 진학한 이후 배우게 되는데 그는 대한근대5종연맹의 우수선수로 선발이 되어 고교 시절 일찍 승마를 연마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졌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행운이 훈련 도중 말에서 떨어지면서 말발굽에 밟히는 불운으로 이어졌다. 팔이 부러지면서 3개월 이상 운동을 못하고 쉬었다. 그때의 경험이 이후에 큰 자산이 됐다.
리우 올림픽의 좌절 이후에도 성장세가 이어졌다. 특히 2018년에는 UIPM 월드컵 3차 대회 우승과 4차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고 그해 열렸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개인전 정상에 올랐다. 명실상부한 한국 근대5종의 간판스타로 입지를 다졌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2018년 UIPM 연간 시상식에서는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지난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전 동메달를 추가하면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도쿄 올림픽 본선 출전 자격을 얻어냈다.
전웅태는 리우 이후 지난 4년간을 돌아보면서 "예전에는 내 예상과 달리 경기 레이스가 펼쳐지면 스스로 흥분하거나 급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지난 4년동안의 노력으로)경기 전체의 흐름을 읽고 컨트롤하면서 좀더 침착하게 운영하는 능력이 좋아진 것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선수들끼리 근대5종은 사실상 근대6종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5개 종목을 고루 잘해야 하지만 운도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올림픽같은 주요 대회에서는 톱10 안팎에 있는 선수들 대부분이 메달을 딸 수 있는 기본 능력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날 컨디션과 운이 적지 않게 작용하겠지만 도쿄에서는 일단 메달이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금메달까지 따내서 앞으로 근대5종이 한국에서 새롭게 효자종목으로 발돋음할 수 있게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5개의 종목에 모두 능해야 하니 훈련 과정도 그만큼 힘들 수밖에 없다. "하루 일과를 기준으로 본다면 종목별로 1시간30분씩 훈련을 한다고 보면 된다. 아침 6시부터 1시간30분정도 수영을 먼저한다. 아침 식사를 하고 쉬다가 오전10시부터 11시30분까지 육상과 사격(레이저 런)을 훈련한다. 점심을 먹고나서 오후 2시부터 1시간30분 가령 말을 타고 오후 4시이후에는 펜싱 훈련을 한다. 저녁을 먹고나서 야간에는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종목에 대해서 개인훈련을 진행한다."
매일매일을 이렇게 훈련한다는 것이 일반인에게는 도무지 상상이 안된다. "힘들다. 정말 힘들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우리들끼리는 서로를 '좀비'같다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한 종목 훈련을 마치고나면 너무 힘들어서 시체같지만, 어느덧 또 일어나서 다음 종목 훈련을 하러가는 모습을 서로 보면서 '좀비'같다고 말하는 것이다(웃음)."
'좀비'같은 고통을 이겨내고 전웅태는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라는 숙원을 이뤄낼 수 있을까. 최은종 국가대표팀 감독은 "전웅태는 경기력도 좋지만 언제나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한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이미 수영과 레이저런은 세계 최상급이다. 변수가 큰 펜싱에서 6할에서 7할 사이의 승률만 얻어낸다면 무조건 메달권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 금색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전웅태는 "근대5종은 30대까지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종목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근대5종에서 한 획을 긋는 것이 목표다. 도쿄를 넘어서 앞으로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다. 그럴려면 일단 이번 올림픽에서 첫 메달부터 따야된다"고 밝게 웃었다. 도쿄는 그에게 마침표가 아니라 또다른 시작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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